[인터뷰] 이선빈 "'술도녀' 정은지-한선화 싸움씬 앓이 원조, 인정받은 기분"

노이슬 / 기사승인 : 2021-12-15 06:3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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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선빈 , '술꾼도시여자들'에서 프리랜서 예능 작가 안소희 역
-정은지, 한선화와 절친 케미...대본 리딩 때부터 찰떡 호흡
-전라도 사투리 욕 대사, 제일 어려웠던 씬...래퍼들 존경하게 돼

[하비엔=노이슬 기자] 도도하고 차가울 것 같았는데 실제로는 사람 좋아하고 인간미 넘쳤다. 이에 배우 이선빈은 "제가 공식석상에서 얼어있다. 청심환 먹고 한다"는 비화를 전했다. 하지만 이제 이선빈의 '진짜 성격'은 만천하에 알려졌다. 최근 인기리에 종영한 '술도녀'의 안소희 캐릭터로 대중과 한층 가까워졌기 때문이다. "못 알아봐서 자유롭다"라는 말은 옛말이 될 것 같은 예감이다.

 

지난달 전편이 모두 공개된 티빙 오리지널 시리즈 '술꾼도시여자들'(이하 '술도녀')은 동갑내기 세 친구의 우정을 그린 작품으로 미깡 작가의 다음 웹툰 '술꾼도시처녀들'을 원작으로 한다. 티빙의 최고 인기작인 '환승 연애'를 뛰어넘으며 역대 티빙 오리지널 콘텐츠 주간 유료 가입 기여 1위를 달성하는 등 작감배의 완벽한 시너지로 '효자 콘텐츠'로 등극했다.

 

▲티빙 오리지널 시리즈 '술꾼도시여자들' 안소희 役 이선빈/이니셜엔터테인먼트

 

이선빈은 극 중 예능 프로그램 작가로 매사에 열심히 하면서도 강한 자한테 강하고, 약한 자한테는 한없이 여린 안소희를 연기했다. 대학 때 처음 만난 안소희와 강지구(정은지), 한지연(한선화)과 고단한 사회 초년생 시절, 실직, 가족과의 사별 등 희로애락을 나눈 찐 우정을 나눴다. 특별할 것 없는, 누구나 공감하는 서사를 다룬 '술도녀'는 세 배우의 케미가 가장 중요했다.

 

"감독님의 배려로 과거 씬부터 촬영하면서 우정을 쌓아갔다. 첫 리딩부터 식사하는데 말투, 표정, 제스추어까지 너무 잘 맞았다. 같이 모이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얘기하고 그랬다. 실제 술도 마시면서 촬영하고, 언니들이랑 티키타카가 너무 좋으니까 촬영인지 구분도 안 됐다. 정말 저희끼리 애드리브하기도 하고 사적인 이야기를 하기도 했다. 진짜 말투가 나오면서 애드리브가 같이 나오는데 딱 끝나고 나면 완성됐다."

 

이선빈은 한선화, 정은지와 남달랐던 케미를 선보인 만큼 시청자 입장에서도 극에 몰입했다. 특히 '술도녀'의 명장면으로 손꼽히는 지구와 지연의 욕배틀 씬에는 자부심을 갖고 있었다. 그는 "드라마 리딩 때부터 '앓이'를 했다"고 애정을 드러냈다.

 

"가장 기대되는 씬을 꼽으라면 지구, 지연이 싸우는 씬이라고 했었다. 제가 너무 좋아하는 포인트기도 하고 너무 있었던 기다렸던 씬이다. 지구와 지연이가 상극이다. 서로가 부딪혔을 때 더 극대화가 된 거 같다. 저는 그냥 까불이였다. 애교부리고 놀고 싶고, 은지언니는 다 받아주고 선화언니는 놀림 당하면서도 사랑스러웠다. 방송 후 이게 이슈되니 인정 받은 느낌이었다. 너무 신이 나더라. 그 씬을 여기저기에 보냈다. 내가 먼저 꿰뚫어본거 같고 그 씬에 애정이 너무 갔다. 신명나는 사물놀이를 보는 느낌이었다. 촬영 현장에 놀러라도 갔었어야 했다고 아쉬워했을 정도다."

 

▲티빙 오리지널 시리즈 '술꾼도시여자들' 안소희 役 이선빈/이니셜엔터테인먼트

 

특별출연임에도 세 여자와 미팅 상대역으로 역대급 활약으로, 첫 회의 임팩트를 담당했던 김지석에게는 거듭 사과를, 상극 케미지만 묘한 로맨스 케미를 선보인 최시원과의 호흡도 전했다. "지석 오빠한테는 너무 죄송하다. 손 끝에 청양고추를 넣던 그 느낌이 남아있다(웃음). 정말 너무 진심으로 해주시더라. 원테이크로 안가도 되고 몸을 챙기면서 해도 되는데, 영혼을 불태우셨다. 대사 한번을 성의없게 해주신 적이 없다. 예능처럼 하는 씬만 나왔다. 단 한순간도 텐션을 잃지 않으셨다. 그걸 리액션을 혼자 이어가시더라.시원오빠는 센스가 장난이 아니다. 웃음과 설렘 포인트를 너무 잘 알고 있다. 오빠가 표현하고 내뱉으면 너무 센스있었다. 정말 잘 살리고 내공이 많이 부족하다 느끼게 했다. "

 

'술도녀' 속 소희, 지구, 지연은 인생의 희로애락을 술과 함께 한다. 한번 먹기 시작하면 해가 뜰때까지 마신다. 거의 매일 마신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에 망가지는 모습이 다반사였지만 이선빈에게는 문제가 되지 않았다. "술로 망가지는 모습이나 웃긴 모습에 두려움은 없었다. 그럴 수록 더 편안해진다. 저는 촬영 중간에는 모니터를 안 본다. 얼굴이나 표정에 대해서 신경이 쓰이면서 나도 모르게 그쪽으로 신경이 쓰이고 의식하더라. "

 

실제 이미지 컷 촬영을 위해 술을 마시기도 했고, 매 술자리에 다양한 안주를 곁들이며 군침돋는 '술방'을 선보여, "술을 부르는 드라마"라는 평을 받기도 했다. 실제로 술을 잘 못 먹는 편이라는 이선빈은 '술맛'도 알게 됐단다.

 

"단 맛 나는 샴페인, 과일향 술 같은 것을 먹는다. 촬영하면서 먹었던 것이 오히려 더 많이 먹은 것 같다. 실제 얼굴이 빨개진거였다. 진짜 마시면서 하니까 맛도 알게됐다. '술 땡긴다'는 의미를 알게 됐다. 이래서 사람들이 가끔은 술 마시고 푸념하는구나 공감하게 됐다.

 

▲티빙 오리지널 시리즈 '술꾼도시여자들' 안소희 役 이선빈/이니셜엔터테인먼트

 

매화마다 안주를 소개한다. 저희 리액션이 중요하기 때문에 액션 전에 기합 한번 넣고 텐션을 업 한다. 우리가 진짜 신나있는 상태에서 먹으면 뭔가 속시원해 보이고 신나게 짠을 하고 있다는게 베이스니까 더 맛깔나게 먹으려고 했다. 실제 푸드 스타일리스트분들이 매번 음식을 만들어주셨다. 정말 맛있었다. 저희끼리 웃으면서 대화하고 애드리브 하면서 소리도 가끔 지르고 하니까 신나보인 것 같다. 상황에 충실하고 맛있게 먹으려고 했다. 공감해 주신 것 같다."

 

극 중 술 취한 안소희의 에피소드는 이선빈의 명장면이기도 하다. 사회 초년생 시절, 기업 회장(박영규)의 자서전을 위해 인터하던 중 그의 두 얼굴을 알게 된 소희의 사투리 욕설 씬은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이선빈은 "제일 어려웠던 씬"이라고 꼽았다.

 

"그 씬은 술의 힘을 빌렸었다. 박영규 선생님은 제가 어릴 때 TV로 뵀던 분이다. 그런 분께 숟가락을 들이밀면서 욕을 해야하는게 너무 부담스러웠다. 대사가 너무 기니까 한 글자만 무너져도 다 무너진다. 래퍼들 존경하게 됐다. 텐션, 말투, 사투리 억양까지 다 신경써야 했다. 툭 치면 나올만큼 연습을 해야만 감정을 넣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2주 반 정도 외웠다. 

 

고향은 충남이다. 전라도분들도 자연스럽게 봐주신 것 같아 감사하다. 전라도 출신 친구들에게, 극 중 이모 역할로 등장하는 선배님, 현장 스태프에까지 자문을 구했다. 음성 녹음해주셔서 보내주시고 많이 도와주셨다. 후시녹음을 걱정했는데 다행이 잘 마쳤다."

 

▲티빙 오리지널 시리즈 '술꾼도시여자들' 안소희 役 이선빈/이니셜엔터테인먼트

 

방송 작가 안소희 캐릭터는 실제 방송작가인 죽마고우의 도움이 컸단다. "제 죽마고우와 6년정도 같이 살았다. 그 친구가 아카데미 다닐 때도, 방송 작가일 때도 함께였다. 그때 섭외 전화하는 모습을 봤다. 밥을 먹을 때도 노트북이 항상 테이블에 있었다. 말투도 친구를 생각하면서 했다. 실제 친구랑 같이 보는데 PD와 티격태격하는 장면에 감정이입해서 화를 내더라. 하하."

 

'술꾼'이라는 호불호가 갈리는 타이틀에도 '술도녀'가 많은 사랑을 받을 수 있었던 이유는 '공감과 위로'였다. 극 중 소희의 부친이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나고, 지구와 지연은 그 옆을 묵묵히 지켰다. 실제 3일 내내 촬영됐고, 드라마 분량도 짧지 않았다. 실제 체력이 떨어진 이선빈은 '진정성'을 놓치지 않기 위해 노력했다.

 

"장례식장 씬은 진짜 3일장을 치룬 기분이었다. 한 회를 넘어서 장례식장 이야기가 나온다. 보는 사람들이 지칠까봐 걱정도 됐다. 근데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다. 겪은 사람도, 상황을 앞둔 분도 계실테니 내가 하나라도 실수하면 다 깨질거 같아서 걱정했다. 3일동안 실제 체력이 너무 떨어져서 오히려 도움이 됐다. 환경도 많이 배려해줬고 언니들이 지연이랑 지구로 안 보이고 선화언니랑 은지언니로 보이더라. 그러다보니 감정이입이 잘 됐다. 그 회차는 본방사수 독려조차 조심스러웠다. 겁이 나서 편집본도 못 봤다. 결국 친구집에서 보는데 그 친구들이 꺼이꺼이 울면서 공감하는 모습을 보고 다행이라고 생각이 들었다. 그 모습 보고 맘 편하게 봐도 되겠다 싶었다."

 

이선빈은 올해 영화 '미션 파서블'로 스크린에서, '술도녀'와 최근 종영한 tvN 토일드라마 '지리산' 특별출연까지 다양하게 대중을 만났다. 그 중 '술도녀'는 특별한 의미의 작품이다.

 

▲티빙 오리지널 시리즈 '술꾼도시여자들' 안소희 役 이선빈/이니셜엔터테인먼트

 

"이전에 인터뷰를 하면 항상 다음 작품은 '사람냄새 나는', 남자 선배들과 많이 호흡했으니 '워맨스'를 보여주고 싶다고 했었다. 그러던 중 '술도녀'가 왔다. 두 가지를 다 이룬 기분이었다. 여배우 세명이서 찐친이 되니 우리가 놀면서 하는 대사들에 소희, 지구, 지연이 얹어진 느낌이었다. 애드리브도 자연스럽고 현실적으로 편안하게 나왔다. 또 지구, 지연이와 함께 하는 클럽 댄스 씬은 못 다한 아이돌 가수의 꿈을 이룬 기분이었다. 연습생도 오래했고, 중국에 행사도 다녔는데 데뷔만 못했었다. 이번에 연습하는데 그때의 생각이 나더라. 언니들과 함께 하니 천군만마를 얻은 느낌이었다." 

 

시청자도 배우들도 시즌2를 열망하고 있다. 이선빈은 "드라마 보신 분들이 본인들의 사연을 디엠으로 보내더라. 답변을 다 해드릴 수 없어서 죄송하고 감사했다. 시즌1의 공감 포인트를 가져가면서 우리만의 이야기가 더 나왔으면 한다. 세 캐릭터를 똑같이 사랑해주시고 공감해주셔서 너무 감사하다. 노래방 씬으로 스트레스 푸는 씬도 있었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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